기사 스크랩

[노주환의 유저인터페이스] 최소식별차이를 고려한 디자인

이전3회차 2005. 4. 12. 11:38

원본소스 : http://korea.internet.com/channel/content.asp?kid=31&cid=207&nid=33913

저자: 노주환 |  날짜:2005년 04월 11일

 

얼마 전 ‘네이버’가 초기 화면을 개편하였다. “별로 달라진 게 없네”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. 포털 사이트에 근무하는 지인들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식으로 네이버의 개편을 애써 폄하하려고 했다.

하지만 “별로 달라진 게 없네”라는 반응은 네이버에서 바라던 바일 것이다. 그리고 아마도 네이버가 가장 바라는 바는 “별로 달리진 게 없는데, 그전보다 사용하기는 더 편해진 것 같다”라는 반응일 것이다.



우리나라 사용자의 대부분이 시작 페이지를 ‘다음’이나 ‘네이버’로 설정해두고 있다. 이유는 바로 ‘익숙함’이다. 이것은 FGI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. 왜 ‘다음’이나 ‘네이버’를 시작 페이지로 설정해두었는가에 대한 질문에, 사용자들은 주저없이 대답한다. “그냥 익숙해서…”

따라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라면 이 ‘익숙함’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워야 할 것이다. 이것을 가장 잘 실천하는 기업 중의 하나가 바로 ‘야후(www.yahoo.com)’이다.

야후의 초기 화면은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. 그러나 실제로는 크게 달라졌다. 물리적 영역의 인터페이스는 달라졌지만, 사용자 인식 속의 인터페이스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이다. 즉, 야후는 최소식별차이(just noticeable differences, 두 자극의 차이를 변별할 수 있는 최소량)를 고려한 디자인 기법을 통해, 사용자들이 알아차릴 수 없는 차이 내에서 인터페이스를 개선시켜 온 것이다.

이 기법은 간단하다. 인터페이스 개편시 사용자 테스트를 병행하는 것이다. 우선 인터페이스를 최소한의 변화 수준으로 변경시키고, 이것을 사용자(피실험자)가 변별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본다. 만약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면, 변화량을 좀더 늘릴 수 있을 것이다.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여 최소식별차이(JND)의 크기를 알아내고, 이를 통해 사용자가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하는 지점 전까지 변화를 추구할 수 있게 된다.

최소식별차이의 크기는 표준 자극에 따라 달라진다. 즉, 같은 변화량이라면 단순한 인터페이스가 복잡한 인터페이스보다 더 달라져 보일 것이다. 그래서 단순한 인터페이스일수록 개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.

최소식별차이를 고려한 디자인 기법은 잘 구현하면, ‘변하지 않음’으로부터 얻는 장점(익숙함, 친근함 등)을 살리면서도 ‘변하지 않음’으로부터 생기는 단점(지루함, 식상함)은 보완할 수 있게 된다. 이런 디자인은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‘네이버’처럼 개편 내용을 친절히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.

경우에 따라선,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기도 하다. 이런 경우에는 두 가지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. 점진적인 변화를 거쳐 최종안으로 개편하는 방법과, 완전히 다른 최종안을 먼저 선보이되 그 다음부터는 아주 적은 변화량으로 개편을 추구하는 방법이다. 전자의 방법이 사용자의 익숙함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바람직할 것이다.